개요

올해 여름에 미호요에서 세빛섬을 빌려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미호요는 자기네 세계관을 호요버스(mihoyo-universe: hoyoverse)라고 부르는데, 이번 행사도 호요버스 명의로 진행되었다. 행사 이름은 원신 2022 여름축제이다. 2022년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총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후원사가 있긴 했어도 일주일 동안이나 세빛섬을 빌릴 수 있을 정도의 운영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글에서는 2022 원신 여름축제의 현장 분위기에 대해 적고자 한다. (추후 사진 업로드 예정)

Timeline

오전 6시 도착 - 반포한강공원주차장

세빛섬은 한강공원 옆에 있는 섬이다.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한강공원을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은 의외로 힘든 일이다. 특히 세빛섬 바로 옆에 정차하는 버슨는 한 대 뿐이어서 이번 이벤트처럼 방문자가 많을 예정일 때는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주차장 정보를 알아봤고 세빛섬 바로 앞에 반포한강공원주차장이 있다고 하더라. 요금도 시간당 1,200원이어서 먼 길을 대중교통만으로 가는 것 보다는 훨씬 편할 것이라 생각해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2일차에 방문했는데 첫 날 방문자가 매우 많았다고 하여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새벽에 출발했다. 오전 6시에 도착했고 자리는 정말 많았다. 도착하고 내렸는데 세빛섬 앞에 천막이 쳐져 있었고 천막 아래에 대기하는 사람이 1n명 정도 있어서 놀랐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뭘 위해 이 시간부터 줄을 서고 있는 것인가.. 열 몇명이면 내가 굿즈를 사는데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 차에서 에어컨을 틀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틀렸다는 점은 상상만 한 채로…

오전 7시 - 세빛섬 앞 천막

6시에 했던 생각은 틀렸다는 점은 6시 반에 허리 펴러 차 문을 열었을 때 알게 되었다. 내 앞에 사람이 6시 반에 이미 3~40명까지 늘어났던 것이다.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너무 빨리 모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나도 아침을 먼저 먹어두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7시에 다시 갔을 때 내 앞에 50명 전후로 있어서 나도 줄을 서기로 했다.

오전 9시 - 수위 상승, 천막 밖으로 이동 (~10시 40분 전후)

사람들은 모두 세빛섬 앞의 휴식용 천막에서 그늘을 즐기며 굿즈 판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9시에 이미 줄이 세 줄이나 생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대략 200명 전후) 이 때까지는 천막의 수용 범위 안이어서 다들 느긋하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수위가 점점 올라갔고 천막 범위까지도 물이 오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천막 밖으로 피신하기 시작했다. 수위는 천천히 올랐기 때문에 물 자체는 문제가 안 됐는데, 문제는 천막 밖에서 줄을 서야 했던 점이었다. 이 날 햇볕이 너무 강했고 다들 오전부터 이미 몇 시간을 기다리던 상태였다. 주최는 급하게 천막을 옮기기 시작했고 대기자들은 양산을 펴고 절전모드에 들어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도 가져갔던 우산을 펴고 길바닥에 앉아서 잤던 것 같다.

10시 40분 전후 - 천막 위치 변경 완료

폭염주의보였나 경보였나 했던 날씨에 사람들이 2시간 정도 동안 땡볕 아래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주최측이 얼음물을 돌리기 시작하긴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햇볕 밑에 있는게 문제여서.. 오전에 리타이어 한 사람이 안 나온게 신기할 정도로 힘들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였냐면 나는 검은색 우산을 들고 갔는데 10시 반쯤부터는 우산의 철심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이런 날씨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햇볕 아래에 줄을 서 있었으니..

주최측도 심각성을 느끼고 여러 조치를 했었다. 우선 천막 위치 옮기는 작업을 장비를 동원해서 진행했다. 덕분에 11시부터는 줄 선 순서대로 천막 아래로는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번호표 발부(테이블링)였기 때문에 원래 15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테이블링을 당초 계획과는 상관없이 최대한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안내했다.

11시 20분 전후 - 테이블링 시작

주최측이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테이블링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11시 37분에 테이블링에 성공했고 순번은 29번이었다. 최대 3명까지 한번에 예약할 수 있었으니 내 앞에서 굿즈를 사는 사람은 최대 84명이라는 얘기여서 목표였던 클레 텀블러 컷에는 무조건 들 것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안심하고 집에 가서 점심 먹고 샤워한 뒤 3시 경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4시 12분 - 입장

입장은 4시부터 시작했을텐데 29번이었던 나에게 12분만에 알람이 왔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콜라보레이션 샵에 입장하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슨 컨베이어벨트 마냥 사람은 계속 걸으면서 물건을 담고 계산대까지 가면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사전에 품목을 안내했으니 물건을 오래 볼 필요는 없다는 논리였던 것 같다.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고)

나는 정말 쓸모없어 보이는 아크릴 스탠드를 제외하고 구매 가능한 수량만큼 다 구매했다. 17만 얼마쯤 나왔다. 이 쓰레기들의 집합이 17만원이라니.. 리셀 막는게 목적인지 장패드를 제외하고는 한 명이 각 품목을 한 개 밖에 구매할 수 없었다. 웃긴건 마스킹 테이프는 종류가 5종이었고 포토카드와 키링은 3종이었던 것 같은데 그 중 하나씩밖에 살 수 없었다는 점이다. 허허.. 이럴거면 세트라도 팔던가. 주 고객층이 학생이라 예상했는지 모르겠는데, 패키지를 분리하여 가격을 낮추는 전략은 이해하지만 반대의 옵션도 제공하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4시 30분 - 가라앉는 시설물들?

구매하고 나와서 짐을 차에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려니 섬 입장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트위터나 카페를 통해 열심히 상황을 알아봤더니 엄청난 일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사람들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다리 위를 사람으로 다 채웠을 정도로 줄이 길어졌다. 그래서인지 다리가 휘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는데 그냥 봐도 보일 정도)
  • 세빛섬도 수용 제한 인원을 초과했다는 공지(링크)가 있었다. 이름 그대로 둥둥 떠 있는 인공 섬이라 그런지 한도 무게가 있다는 것 같다.
  • 다리가 휘는 등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 발생하니 결국 주최는 사람들을 섬 밖으로 나가게 하고 섬으로 들어가는 줄을 통제했다.

조치가 아수라장의 스타트를 끊었던 것 같다. 섬 입장줄이 엄청 길어졌고 저녁까지 사람이 계속 늘었는데 섬 입장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대부분 땡볕에서 웨이팅을 했다.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점점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오후 시간대에는 실려가는 사람도 몇 명 생겼다고 한다. 나도 한 분 실려가는 거 봤다. 그래서 원래는 미니게임 하려고 했는데 깔끔하게 포기하고 차에 들어가서 시동 걸고 에어컨 바람 쐬면서 몇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8시 전후 - 다시 기상

자고 일어나니 대충 8시였고 그 때도 여전히 통제가 있었고 줄이 엄청 길었다. 입구와 출구가 분리되었는데 입구에서 출구까지 줄이 이어졌을 정도. 여기서 또 2차로 포기하고 근처에서 라면을 먹었다.

8시 50분 이후 - 막차

라면을 먹고 쉬고 돌아오니 8시 50분쯤 되었던 것 같다. 그 때 쯤부터 갑자기 줄이 없어지고 다들 자유롭게 입장하고 있었다. 이 때다 싶어서 들어갔고 그게 9시 n분 정도였다. 원래라면 9시 마감인데 내가 어떻게 카드 교환만 안 되냐고 애원(?)하니 카드를 주셨다. 아직 안 치워진 가챠도 덕분에 돌려볼 수 있었다. 내 다음에 온 사람부터는 카드도 못 받았다. 내가 정말 막차였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포카를 받고 나오는데 푸드트럭에서 아직 조리를 하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가서 메뉴를 주문했다. 내 다음 사람인가 다다음까지인가 주문 받고 푸드트럭도 마감되었다. 음식 수령하고 나가니 2차 창작 부스들도 정리 중이었다. 지나가다 귀여운 스티커가 있어서 딱히 필요는 없지만 세 장 샀다. 세 장 사면서 귀엽다고 말씀드리니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이게 동인의 매력이지.

소감 및 정리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분명했던 행사인 것 같다. 풀어 쓰면 보기 어려우니 목록형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좋았던 점

  • 이벤트 기획
    • 세빛섬이 원신에 등장하는 지형과 닮았다는 점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간 점
    • 코스플레이어들에게는 아마 최고의 컨셉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다양한 즐길거리:
    • 원신 플레이 여부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이 많았다.
    • 자기네들 게임의 포지션이나 강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건 확실하다.

아쉬웠던 점

  • 학습능력
    • 미호요는 한국에서 처음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다. 《붕괴 3rd》로 G-Star에 참여한 것이 2017년부터이니 벌써 5년째다.
    • 오프라인 이벤트에 항상 사람이 많았고 특히 굿즈에 대한 선호가 높았는데 굿즈 판매를 이렇게 운영한다고? 솔직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학습능력이다.

아쉬웠던 점을 강하게 얘기하긴 했으나, 솔직히 얘기하면 이런 행사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님을 알고 있다. 물론 홍보가 되면 그만큼 이익이 있겠으나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게임이 홍보가 그렇게 급했겠는가. 어찌되었든 게이머들이 놀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준 점에 감사한다. (나는 원신을 안 하지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