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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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1. 2021년에 뭐했나
일과 일이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일
제품을 찍어내는데 집중했고 내가 경험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납득하게 된 한 해였다.
솔직히 나는 내가 경험했던 범위 내에서는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 들어 있던 내용들에 한해서는 제품에 잘 적용했다고 생각한다. HA 구성도 아닌 서버가 배포되는데 10~15분씩이나 걸렸어야 했던 것을 2분 정도로 단축시켰고(그 중 3~40초는 순수하게 빌드 되는 시간) 무엇보다 말도 안되는 수준의 코드들을 엄청 많이 제거했다. 주문이 300건만 쌓여도 죽어나던 시기를 생각하면 솔직히 지금도 어이없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너무 잘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sustaining 하는 양을 생각하면 시간이 똑같이 흐르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시니어급 분들이 들어오셔서 1~2달내로 아키텍쳐를 싹 바꿔놓는 것을 보면서 내가 갈 길은 한참 남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완전히 끝나서 놀란 게 아니라 내가 시도조차 못 한 것들을 짧은 시간에 끝내는 걸 보고 당시에 꽤 많이 놀랐다.
이 정도가 요약이고, 조금 자세하게는 월별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1월
입사 3개월차. 평소에 좀 많이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옆 자리 사람이 정직을 당했다. 정말 이상한 코드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개선을 못 하게 하는 주범이 사라지게 되어서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얘기를 좀 했었던 것 같다. 일단은 남아있는 생쿼리들을 ORM으로 옮기자고 얘기해서 feature들을 올리면서 중간중간 리팩토링을 개선했던 것 같은데 그 뒤로 기억이 잘 안 난다. 2월달에 엄청난 사건이 터졌던게 원인인 것 같다.
2월
하룻밤만에 시스템이 싹 다 사라지는 엄청난 장애가 터졌다. 자고 일어나보니 몇몇 분들은 한밤중에 연락 받아서 진작에 회사 나가서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는 중이었다. 하루 정도를 들여 웹 스토어는 다시 오픈했으나 기존 주문건을 수기로 처리하느라 신규 주문의 처리가 지연되었으며, 이 때문에 평소 대비 5배 정도까지 주문이 쌓이게 되었다. 문제는 기존 시스템이 n+1문제가 심각해서 주문건이 5배 수준이 되었다고 페이지들이 로딩이 안 되어서 시스템으로 주문을 처리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래서 단기간에 사용 가능하도록 바꾸고자 3주동안 매일 12시간씩 일했던 것 같다. (10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하는 ..) 제일 심했던 케이스는 아직도 기억하는데, 하나의 endpoint를 서로 다른 6개 정도의 서브도메인에 해당하는 14개의 메뉴에서 사용하고 있는 케이스였다. 그 함수를 살펴보니 혼돈 그 자체였다. 서로 다른 서브도메인을 위한 비즈니스 로직이 같은 컨트롤러에 엮여 있었고 하나의 메소드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야 했기에 join이 10개씩 걸린 쿼리가 실행되는 코드들이 무수한 if들과 함께 널려있었다. 거의 java 코드의 역사책을 보는 수준이었는데, 어떤 함수는 jdbcTemplate로 실행되는 쿼리 결과를 바탕으로 돌아가고 어떤 함수는 (custom)criteria builder로 쿼리가 돌아가고 어떤 함수는 JPA로 돌아가고 있었다. JPQL도 native query인 것과 아닌 것들이 섞여 있을 정도로 난리도 아니였다. 사실 방금 나온 얘기들만 해도 repository를 통해 외부의 데이터를 가져오는 코드가 최소 5줄은 된다는 소리일텐데, 하나의 함수에서 데이터를 5번씩이나 가져와야 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방금 얘기했던 케이스는 정말 심했던 편이지만 여튼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빠르게 고칠 수 있는 부분은 빠르게 고쳐서 서비스를 운영 가능한 수준까지 올리는데 거의 1주 정도를 밤낮없이 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날아간 서비스를 복구하고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느라 순식간에 지나간 한 달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3월
솔직히 잘 기억 안나서 커밋로그들을 봤는데 기존 서비스의 편의성과 관련된 기능 업데이트에 집중했던 것 같다. 기록 상으로는 셀러들 시스템이랑 연동한다던가, 운영 정책 변경에 대응하기 위한 수정을 하는 등의 업무에 집중했던 것 같다. 커밋 로그들이 주로 생산성 개선, 정책 변경 대응같이 남아있는 것 봐서는 그랬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난다.
아 그리고 1월에 정직을 당하셨다는 분의 복귀일이 3월 말이었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정직 처분을 받으신 거라 오피스의 같은 층으로 복귀를 못 하시고 다른 층으로 가셨다. 그리고 우리 팀에 있는 다른 개발자의 강력한 항의로 개발팀으로의 복귀도 못 하셔서 완전 다른 직군으로 전배되셨다. 나는 돌아오신 모습을 아예 못 봤는데 몇몇 분들은 오전에 출근하시면서 잠깐 마주쳤다고 하시더라. 전배 이후 며칠 안 계시고 바로 퇴직하셨다고 한다. 솔직히 그 분 코드는 아직도 고치고 있는데, 이상한 코드들이 정말 너무 많아서 이제는 그냥 이해를 포기하고 당시에 도대체 뭘 원해서 이렇게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토론만 주구장창 하고 있다. 3월 당시에는 이정도일 거라고는 상상 못했었다.
보통 인터넷 같은 공개된 장소에는 험담을 안 하는게 정석이지만, 너무 충격적인 케이스고 평소에 평판도 안 좋은 사람이 회사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되는 지 교훈을 남기기 위해 적는다. 프로세스 목록은 어떻게 보냐는 질문을 1n년차에게 들어도 절대 험담 안 하는데(뭐 모를수도 있죠) 그 분은 일 외적으로도 평판이 너무 안 좋으셨던 분이라 반면교사의 목적으로 적는다. 처참한 소프트스킬이나 몰상식한 행동은 본인에게 피해를 준다.
4월
1월에 정직을 당했다가 3월에 퇴사하신 분이 원래는 시니어 포지션이었다. (별로 믿기지는 않지만) 경력이 무려 15년이나 되는 분이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분이 나간 뒤로 우리 팀(?)에는 두 명밖에 안 남게 되어서 인력 충원을 진행했다.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되어 4월 중순에 시니어 포지션으로 한 분이 입사해 주셨다. 이 달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석에 관련된 얘기였다. 개인적으로는 함수 시그니처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들이 주석으로 남아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예를 들어서 레이어드 아키텍쳐의 프로젝트에서 아래와 같은 코드가 있다고 가정하자.
productService.saveAll(productSaveCommands).forEach(productDocumentService::save)
이 코드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아래의 내용들을 알고 있으면 위의 코드가 어떤 동작을 하는지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생각한다.
productService
가 어떤 서비스인지? -> 상품 도메인과 관련된 비즈니스 로직을 수행하기 위한 서비스이다.productService.saveAll()
은 어떤 동작을 하는 함수인가? -> 상품 데이터를 DB에 저장하고 DB에 저장된 entity들을 DTO로 변환하여 반환한다.productDocumentService
가 어떤 서비스인가? -> 상품 도메인과 관련된 NoSQL 기반 저장소의 문서를 관리하는 서비스이다.productDocumentService.save
는 어떤 동작을 하는 함수인가? -> entity 정보를 받아서 상품 데이터의 문서를 생성한다. (e.g. ES)
이런 정보들을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위의 코드를 보면 productSaveCommands
에 해당하는 데이터들을 상품 도메인 DB에 저장한 뒤에 저장된 데이터를 가지고 NoSQL 저장소에도 문서를 생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서 서비스와 메서드에 대한 주석이 있으면 보통 이 코드 위에는 주석을 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코드는 여기에 쓴 코드만큼 이름이 명확하지 않기는 했으나, 주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리뷰를 하고 관련된 얘기를 했었다. 회고를 쓰면서 돌아보니 내가 너무 직설적이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보면 건방져 보이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소프트스킬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는.. 우리 회사에서 새 해외지사(?) 가 생기면서 백오피스 시스템에 새 지사에 대한 개념을 적용하고 계속 모니터링 했던 것 같은 정도의 기억들이 있다.
5월
작년 한 해 동안 거의 그랬지만 5월도 일 자체는 별로 한 게 없다. 대체로 sustaining 진행했던 것 같다.
5월에는 CTO님이 퇴사를 하셨다. CTO님을 마지막으로 내 채용 프로세스를 담당했던 사람 중 CEO를 제외한 전원이 나간 셈이다. 사실 CTO님이 나간 것만이 문제인 게 아니라 작년 상반기에만 개발팀 인원 50% 정도가 퇴사를 했었다. 물론 갑작스레 나간 건 아니고 한 달쯤 전부터 미리 알고 있었고, 새 CTO님도 미리 섭외를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5월 회고는 CTO님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전 CTO님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던 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성격이 정말 좋으시다. 오래 지내본 건 아니라서 진짜 성격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다만 드러나는 성격은 정말 좋으신 것 같다. 솔직히 목소리를 뺀 나머지는 성대모사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아~ OO님 (^^) 요거는요 이렇구 저렇구 해서 ㅎㅎ~ 아 ㅎㅎ 그렇죠 이거 알기 어려운데 이해가 빠르시네요 ㅎㅎ. 그럼 말씀드린 대로 진행해 주실 수 있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
정도가 요약이다. 이 한 문장에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장점이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 완벽한 비즈니스 인사: 그 어떤 누구에게도
아 OO님 (^^) ㅎㅎㅎ
가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본인께서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는 분이 계셨다는 것도 퇴사를 하실 때 쯤에나 알았을 정도다. - 도메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 나는 당시 회사에서 팀 간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생각했었다. (남아있는 작업물들이나 주위의 얘기로만 판단하자면 정직을 당한 분에 정말 크게 망쳐놓은 것 같다고 본다.) 그것과는 별개로 각 팀이나 각 소프트웨어들이 어떤 비즈니스를 처리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셨고, 운영하는 서비스나 새로 들어오는 요구사항 관련 의사결정에 대한 질문을 드리면 매끄럽게 잘 대답해 주셨다. 그게 당연한 건지는 나는 잘 모르겠으나 여튼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5성급 호텔 침대 수준의 쿠션어: 당시 우리 회사 의사결정 체계는 솔직히 정말 구렸다. 엄청난 TOP-DOWN식 요구사항이 밀려오고 그런 요구사항조차 심심하면 바뀌고 그랬다. 데모를 한 번 진행하면 수정사항이 여러개 생길 정도였다. 이런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건 당시 3년차였던 나도 잘 알았는데 주변 선배님(?)들은 어떠하셨을까. 그래서 솔직히 자칫하면 팀 분위기 나락가기 십상이다. 당시 우리는 PO도 없어서 현업에서 팀 채널들로 보내는 요구사항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현업이 CTO와 미팅을 가지고 CTO가 팀과 계속 미팅을 하면서 플래닝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했었다. 그래서 CTO님에게 굉장히 의존적이었는데 그 분이 호텔 침대급 쿠션어를 써서 그런지 다들 어이없는 상황임에도 잘 넘어가 주셨던 것 같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해지신 분들이 좀 계신데 그런 분들을 통해서는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장점들이 초기(에 가까운) 스타트업에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 생각한다. 사람이 없다 보니 요구사항이 정리되기 힘들고 갖춰진 무언가들이 없다 보니 난잡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고 업무량이 많다 보니 현업이나 개발이나 서로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데 서로 하하호호 하며 의견교환을 하게 만드는 능력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장점에 그림자처럼 따라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점들이 있는데 그런 점들이 단점에 해당한다.
-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자처하시는 경향: 아까 이 회사가 TOP-DOWN이 굉장히 심하다고 얘기했었다. (자타공인) 그런 점도 분명히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개발팀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요구사항이 하루만에 뒤바뀌거나 엄청나게 무리한 일정 때문에 모두가 반대하는 일도 일정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된다던가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서 말이 안 되는 일들은 말이 안 된다고 전달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목소리가 크게 나오기가 어렵다. 엄청 좋은 인상으로 호텔 침대에 눕히는데 어떻게 침대를 찢고 호텔에 불을 지르리오.
- 방임: 단점이라 적기는 좀 미안한 내용이긴 한데.. 물론 하시는 일이 너무 많으셔서 그렇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주니어 2명이서 자기들 멋대로 일 처리하는건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사실 2명밖에 없으니 팀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팀에 PO도 없고 리드도 없다. 요구사항조차 정리되어서 들어온다기 보다는 그냥 여기저기서 받고 그걸 주기적으로 CTO에게 공유한다. 우리 팀만 그랬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일을 처리했다. 우리한테 막 이해도 빠르고 일도 잘한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솔직히 나는 진짜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달래는 것에 가까웠다고 본다. 물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시에는 이런 선택이 필요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여튼 대충 이런 분이셨다. 내 기준에서만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나는 전 CTO님이 2021년 5월까지의 나에게 필요했던 분이라 생각한다. 방임을 단점이랍시고 적었는데 나는 솔직히 쿠션이냐 아니냐 상관없이 나한테 잘 해주신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내가 감당한 수준의 프레셔만 스스로 느끼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 회사에서 스프링을 처음 써 봤음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다시 같이 일 해볼 수 있다면 감사하게 기회를 잡고 싶다는 말이 내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감사의 말이 아닐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6월
golang을 좀 공부했다. golang으로 kafka + avro 프로젝트를 셋업하는 샘플 repository가 남아있더라. 같이 공부(?)하던 사람이 confluent의 샘플 코드를 그대로 긁어 와서 돌아가면 되는거 아니냐 그래서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새 CTO님은 9월부터 오신다고 했는데 6월부터 주 2회 정도씩 계속 오셔서 뭔가 알아보셨던 거 같다. 그것과는 별개로 새 CTO님의 전 회사가 빅테크였는데 그 빅테크에서 트렌비로 몇 분이 같이 따라 오실 예정이라고 하셨다. 심지어 몇 분은 6월 중에 입사를 하셨었다. 여튼, 추가로 입사하실 분들 중 시간 되시는 분들이 회사에 놀러 오셨는데, 우리가 그 놀러 오시는 날에 맞춰서 회사의 현재 기술 스택이나 시스템 등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했었다. 우리 시스템은 솔직히 할 말 없었다. 워낙 개판이고 쓰는 스택들도 다들 올드한데다가 당시에는 그냥 서버 하나에 컨테이너 올리는 수준이 전부였어서 정말 할 말 없었고 보는 사람들도 다들 한숨을 푹푹 쉬었던 것 같다.
이 달에 트래픽이 몰렸을 때 한 번 장애가 난 적이 있어서 고정(인데 on-demand ㅋㅋ) 인스턴스로 서비스 중인 서비스에 ASG까지는 적용했었던 것 같다.
7월
신규 운송사를 하나 연동한 거 빼면 나머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이 때쯤 회사의 인프라가 꽤 바꼈던 것 같다. vpc를 포함하여 네트워크 인프라가 크게 정비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부망 같은 개념이 생겼으며(정말 다행) 그에 따라 노출될 필요가 없는 서비스 서버들은 노출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배포가 beanstalk 기반으로 변경되었으며 provisioning 된 resource들에 대한 모니터링 등이 엄청 추가되었고.. 여튼 이런 변경사항들이 다 7월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엄청 격변했던 거 같다. 그러나 우리 서비스까지 영향이 미치진 못했다. 우리 서비스는 레거시 네트워크에서 그대로 서비스 중이었다. (이게 변경되려면 10월까지 가야 한다)
8월
너무 생각이 안나서 커밋 로그를 뒤져봤는데 존재만 하다가 운영 시작하게 된 지사의 권한 등을 손보고 open api 서비스를 개선하고 이런 sustaining 밖에 없었다.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얘기를 좀 했었던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단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 방법, 타이밍 전부 그냥 얘기만 나오고 끝났다. 나는 DDD책을 봤고 당장 실무에 적용할 수준은 죽어도 안 되겠다를 깨닫기만 한 한달이었던 거 같다.
9월
엄청 큰 신규 프로젝트가 있었다. 너무 많은 도메인들이 경계 없이 뭉쳐져 있어서 여러 팀이 얽혀서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어야 하는 지옥의 요구사항 대잔치를 해야 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머릿수가 없는 PO가 제 역할을 하기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처음에 기획은 PO와 함께 정리되었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기획대로 가는 프로젝트가 단 하나도 없었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프레임이 나오고 중간부터는 하루 단위로 요구사항을 받고 개선하고 데모하고 데모 과정에서 새 요구사항이 나오고 그걸 또 다음날까지 개선해서 데모를 하는 지옥의 일정을 한 3주 정도 했었던 거 같다. 백오피스 팀이었기 때문에 생산성이 제일 큰 이슈라서 화면 수정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검색 기능이나 편의성 기능들 수정들이 많았다. 내 입장에서나 편의성 기능이지 사실상 그 편의성으로 업무 효율이 엄청 올라갔었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해 알바까지 끌어다 썼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이렇게 지옥의 루프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최선이었던 거 같다.
10월
9월 추석 주간을 끼워서 프레임을 만들고 수정하는 루프를 거의 3주간 반복했기 때문에 정신 차리니 10월 중순이었다. 9월 123커밋 10월 187커밋. PR로만 따져도 9월 31개 10월 75개였다. 31일 다 일했다 쳐도 하루에 PR을 두 개씩 올린 셈이다. 그래서 뭔가 특이한 기억은 없었던 거 같은데, 이 지옥문이 끝나고 퇴사할 결심을 했었고 그게 아마 10월 말인 것 같다. 나를 이 회사에 소개한 아저씨는 10월 초에 신규 팀이 생기면서 그 팀으로 가 버렸고 그래서 팀은 다시 2명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11월
팀에 신규 멤버분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11월에만 세 분이 합류해 주셨다. 온보딩을 약간 진행하고 방임했다. 나랑 연차가 비슷하거나 높아서 내가 붙어서 하나하나 가르쳐 드릴 입장은 아니어서 프로젝트 셋업 방법을 설명해 드리고 채널의 이슈들을 같이 해결하는 수준으로 온보딩을 했다. 잘 한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나는 좀 많이 아쉬웠다고 생각했고 합류해주신 분 중 문서를 잘 쓰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께서 온보딩 프로세스에 많은 기여를 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이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이직하는 사실을 알리고 소개를 받거나 이력서를 돌리는 등 구직활동을 했다. 자세한 얘기는 12월에.
12월
총 9군데 지원했고 그 중 7곳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7곳 중 6곳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다. 세 곳은 상향(?) 지원했는데 예상한 대로 2곳에서는 서류 광탈을 했고 한 곳은 인터뷰까지 진행했으나 떨어졌다. 인터뷰 봐 주신 모 회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튼 이렇게 오퍼를 받고 회사를 협박을 했는데, 결론만 얘기하자면 이렇게 협박을 하니 카운터오퍼가 나오기는 한다. 오퍼를 받으면서 느낀 게 Tech HR들이 있는 회사들은 확실히 오퍼를 받고 나서 애매하다는 티를 내면 엄청 열심히 협상을 시도한다. 우리 회사도 이 정도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너무 부자여서 사이닝을 다 뱉고 이직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솔직히 나를 예쁘게 봐 주시고 오퍼를 주신 회사들에는 너무 죄송하지만 나는 오퍼들이 너무 필요했었고 이게 지원 동기의 거의 50%쯤 된다. 나머지 50%는 대체로 진짜 정 안될 때 뒤도 안 돌아보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회사들이라 지원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지금 다니느 회사에 협박하려고 인터뷰를 봤다는 사실은 아직도 조금 죄송하긴 하다.
그래서 오퍼를 받고 회사를 협박을 하고 있는데 12월 중순에 팀의 리드급 되시는 분이 조인을 해 주셨다. 그 리드 분은 오신 지 이틀만에 팀에서 누가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를 들은 셈이다. 어이없게 해 드려 죄송하긴 하지만 당시의 저는 연봉을 올리기 위해 조금 필사적이었습니다.
일이 아닌 것
일이 아닌 것은 대충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Good
- 큰 맘 먹고 충치치료를 진행했다. 치아가 녹았을 정도로 손상이 심했고 치료해야 할 치아가 한두개가 아니었다. 금액적으로도 큰 맘 먹었고 솔직히 많이 무서웠는데 어떻게 진행을 했다.. 거의 600만원이 깨졌고 치아를 12개를 고쳤고 그 중 5개는 치아를 뿌리 정도만 남기고 다 갈았기 때문에 크라운을 씌웠다. 12개 중 11개를 한 번에 치료했다. (하루에 다 갈았다는 뜻이다.) 수면치료로 진행했는데 중간에 몇 번 깨기도 해서 무서웠으나 정신 없는 사이에 치아가 다 갈려 있어서 만족도는 최상이다. 20만원의 행복..
- 애인이랑 사귄지 1년이 넘었다.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ㅠㅠ
- 마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처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홈케이드를 하나 세팅했다.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이번에 해 보게 되어서 감격했다.
- 가볍게 시작한 주식이 그래도 잘 흥했다. 수익률이 대충 1xx% 되는데 시드를 되게 적게 가져가서 큰 이득은 못 봤다. 그래도 치과 치료에 조금 도움이 되었다.
Bad
- 모바일 게임에 현질을 너무 많이 했다.. (쿠키런 킹덤) 거의 치과만큼 써 버렸는데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다. 쿠킹덤을 기점으로 게임 현질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바뀐 것 같다.
솔직히 쿠킹덤 얘기 하나 쓰려고 Bad라는 항목까지 만들었는데, 항목을 만들 만큼 좀 많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이 돈이 투자 시드였으면 지금 얼마야.. ㅠㅠ
마무리
되게 길게 쓰긴 했는데, 여튼 올 한해는 그렇게 뭔가 성장을 했다던가 이러지는 않았던 거 같다. 진짜 열심히 살았냐고 물어도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는 말 못 할 것 같고.. 내년에는 성장이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